이 게임은 소위 광란의 20년대, 혹은 무법의 1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1920년대 시카고의 암흑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당시는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였고 그 유명한 알카포네가 활약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나 마빈 르로이의 ‘리틀 시저’같은 고전 갱스터 무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이 게임의 무대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브라이언 드팔마의 ‘언터처블’이나 코엔 형제의 ‘밀러스크로싱’도 비슷한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죠.
어쨌든 1919년에 비준된 금주법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독버섯 같은 갱단들이 성장하는데 비옥한 자양분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금주법을 비웃듯 대도시에서는 무허가 술집이 속출하게 되었고, 당연히 주점에 술을 공급하기 위해 밀수•밀송•밀매하는 갱이 날뛰게 되었겠죠. 술의 밀수는 큰 돈이 되었기 때문에, 그 이권을 둘러싸고 갱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게되고 엽기적인 살인사건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결국 금주법은 1933년 폐지되어 버립니다.
이 게임은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여 불법주점, 도박장, 매춘업소를 경영하면서 조직원을 고용하여 상대방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이 주내용입니다. 당연히 게임의 목적은 알카포네와 같은 암흑계의 대부가 되는 것이겠죠. 비록 메뉴얼에 그 이름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실 이 게임은 알카포네의 전성기 활동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시퀸스라는 큰 단위의 반복에 의해 이뤄집니다.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 10점의 권력포인트를 얻어야 하는데, 누군가 한명이 10포인트를 획득할 때까지 시퀸스를 계속 반복합니다.
하나의 시퀸스는 네번의 액션라운드와 한번의 거래라운드, 이렇게 총 5번의 라운드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액션라운드는 다시 플레이어의 턴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플레이어는 순서대로 자신의 자동차를 몰고 원하는 지역으로 가서 사업장을 개설하거나, 나와바리 확장 등의 액션하나를 수행하면 됩니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꽤 복잡해보이는데요. 실제로는 그닥 복잡할 거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번씩 주사위 굴려 이동한 후에 액션 수행하고, 이런 식으로 각자 모두 4번씩의 액션을 마친 다음 거래를 하고나면 시퀸스 하나가 끝납니다. 그리고 승자가 나올때까지 이렇게 시퀸스를 반복하면 되는겁니다.
거래라운드가 4번의 액션마다 한번씩 들어있기 때문에 턴, 라운드, 시퀸스 등등 괜히 복잡하게 나눠놓은 것 뿐이지, 사실 거래라운드를 제외하면 그저 자신의 턴이 돌아오면 주사위 굴려 이동한 후에 액션 하나 수행하고 또 자신의 순서가 되면 주사위 굴려 이동하고 액션수행하고…주사위 굴려 이동하고 액션, 주사위굴려 이동하고 액션, 이동하고 액션의 반복입니다. 다만 총 4번 액션을 하고난 이후에는 반드시 1번 거래라운드를 갖는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은 바로 ‘한턴에 한번씩 수행하는’ 액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선택할 수 있는 액션은 ‘사업장 개설하기’, ‘사업장 개설에 필요한 자원가져오기',‘나와바리 확장하기’, ‘청부 수행하기’, ‘상대방 공격하기’, ‘조직원을 차에 태우거나 차에서 내려놓기’가 있습니다. 액션이라고 해서 역시 거창한 것은 아니구요. 원하는 위치로 이동한 후에 단지 그자리에 자신의 마커를 올려 놓거나 혹은 그곳에 놓여진 것들을 집어오거나 하면 되는 겁니다. 상대방과 전투를 하는 것은 약간 복잡지만, 그래봐야 결국 주사위 굴리기입니다^^; 또한 4번의 액션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거래라운드에서는 수금을 하고, 카드를 한장 뽑고, 조직원을 고용하는 등등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조직원 고용은 경매로 됩니다.
그밖에도 경찰을 매수해서 상대방 사업장을 폐쇄해버린다던지, 총격전에서 사망한 조직원은 무덤으로 보내고 부상당한 조직원은 병원으로 보낸다던지, 카드뽑기에 의해 랜덤으로 주어지는 청부를 수행한다던지 하는 디테일이 더 있습니다만, 뭐 여기서는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본 게임은 주사위와 카드뽑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운’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동과 전투는 주사위 굴려서 하고, 랜덤하게 주어지는 이벤트카드도 꽤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게임에 운빨이 개입되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그다지 적합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전략게임이 아니기에, 일단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자면 '운빨'역시 테마와 그런대로 잘 부합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임의 최대 장점은,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테마와 잘 어울리는 아트웍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블랙 앤 화이트를 주조로 해서 살짝 원색의 포인트를 살린 컴포넌트들은 꽤 보기가 좋습니다. 카드에 인쇄된 흑백의 사진들도 갱스터 느와르 영화의 한장면처럼 실감나구요. boardgamegeek에 올라온 이게임에 대한 호평도 대부분 당시의 분위기를 너무나 잘 살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죠.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들을 보면 컴포넌트에 대한 불만도 눈에 띄는데요,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면 조그만 마커들이 보드상에 조밀조밀 배치되어 약간 너저분해 보인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리고 사업장블럭에 각자의 사업장을 표시할 소유 마커가 없기 때문에 보드판만 봐서는 도대체 어떤 사업장이 누구의 사업장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불평도 눈에 띄구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진업체의 처녀작치고는 훌륭한 편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긱에 올라온 의견이나 제 느낌상 보건데, 이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일방적인 다구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딴지게임을 싫어하시는 분께는 단점으로 여겨지실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게임은 한번 말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말려버릴 수 있는데요, 특히 자동차가 고장나 버리면 정말 암담해집니다. 이에 대해서 긱에서도 게이머가 질문을 올린바 있는데요, 디자이너가 직접 답변한 바에 따르면, ‘긴장해서 신중하게 게임하라고’ 그런 요소를 넣었다고 하네요. 어쨌든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은 편입니다. 출시전에 테스트플레이를 너무 소홀히 한것 아니냐는 따끔한 지적도 있더군요. 하지만 워낙 단순한 시스템의 게임인 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하우스룰을 적절히 적용하여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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